일제강점기 식민정책에 의한 자원수탈과 해방 후 남북분단에 따른 전력부족, 생산기반 시설의 부재, 정치적 혼란 등 우리나라 경제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6.25전쟁 이후 외국의 경제원조로 여러 산업을 복구하기 시작했으며 중소기업도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등 경제복구와 재건에 동참했다. 이 시기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뚜렷하게 분화되었고, 여건상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자생하였다. 이 시기 중소기업에서 만들어낸 제품들은 가난했던 시절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물건들이다. 종기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었던 국민상비약 이명래 고약, 성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특허 등록상품이자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 등은 1950년대 우리 중소기업의 명맥을 유지해 주었던 히트 상품들이었다.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부터 1966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끝날 때까지는 중소기업의 성장기로 중소기업은행이 설립되고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정되는 등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펼쳐졌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진흥 정책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해 내며 수출 산업을 고도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가발, 인형, 섬유 등이 주요 수출품이었는데, 특히 이들 상품 가운데 가발은 단일품목 최초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각광받는 산업이었다.
1970년대에는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과 중소기업의 계열화 촉진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에서는 부품소재 및 완제품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이 시기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한 제품은 자석식 체신부 1호 전화기와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여 생산한 투시물 환등기(OHP) 등이 있다. 또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유명가수의 레코드판을 돌리는 전축과 동네사람들이 함께 모여 보던 문닫이형 텔레비전도 인기가 있었다.
1980년대는 헌법에 중소기업 육성을 명시할 만큼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금형, 주조, 열처리 등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에 밑거름이 된 중공업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 활동이 활발해져 1988년 9월 말에는 상공부장관이 지정·고시한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 205개에 달했다.
1990년대에 중소제조업 성장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추세를 보였으며 1995년부터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더군다나 1997년 IMF로 인해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소기업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19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개혁 구상이 현실화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여러 대책들이 마련되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고용, 기술개발, 해외시장에서의 우위 선점과 관련하여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다.
2000년대에는 연구개발활동(Research and Development, R&D)과 기술혁신을 토대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여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중소기업들도 많아졌다. 이때 만들어진 중소기업 제품 중 알로에, 손톱깎이, 오토바이용 헬멧 등은 세계일류로 인정받는 제품들이다.
2012년 중소기업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업체 수의 99%가 중소기업이며, 88%의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생산액 및 부가가치의 절반가량을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활동이 대단히 긍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30%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체질개선과 수출 능력 배양 등 다방면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오랜 역사 동안 막강한 기술력을 쌓았으며 일본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육성책을 펼침으로써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육성해왔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육성시책 수립, 중소기업 구조개선 사업, 중소기업 기술 지원, 벤처기업 육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증진, 중소기업에 자금 및 인력 지원, 중소기업 수요기반 확충 등 여러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변화를 가져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과 다양한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2017년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육성책이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